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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새
변은경
나뭇가지에 걸리고 나서
좀 어리둥절했지만 괜찮았어
휘이잉 날아 보았으니 말이야
“넌 왜 꼼짝도 안 하니, 진짜 새 맞아?”
새들이 물어 왔지만
“잘 나는 방법을 연구 중이야.”
시치미 뗐지
밤마다 달님에게 진짜 새가 되는 방법을
묻고 또 물었어
그런 나에게 달님은
“넌 이미 새인 걸.”
알쏭달쏭한 말만 했어
바람이 세게 부는 어느 날이었어
몸이 간질간질하더니 내가 진짜 나는 거 있지
주인 꼬마가 엄마한테 신발 어딨냐고 혼나고 나서야
땅으로 내려왔어
그날부터 나는
꼬마가 그네를 탈 때도
킥보드를 타고 한쪽 발을 든 채 달릴 때도
조금씩 돋아난 날개를 꺼내곤 해
ㅡ『창비어린이』(2020,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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