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제부도* /황주현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5. 1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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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부도*

 

황주현

 

 

한발씩 물러날 때를 알아야

그 섬에 들수 있다

 

밀물로 채워지는 반나절과

썰물로 비워지는 반나절

 

그대와 나에게도

한때는 잔잔한 파도가 일렁이다가

 

둘만의 섬처럼 고립을 자초하다

붉은 노을앞에서 그냥 붉어 지다가

사랑은 온통 처음 걸어 가는 길이라고

 

제부도에 들면 알 수 있다

소소하게 살아내는 일도

열렸다가 닫히고

다시 열리길 기다리는 일이라고

 

뻔히 알면서도 모른 척

하루에 한번은 마주치는

그대와 나의 서로 다른 속내같은

 

해수면 아래

그대에게 내어 줄 길 하나 숨겨 놓고

누구의 소유인지 모를 파도가

섬 한 채를 풀었다가 조였다가

 

그러다가 아예 하룻밤 꽁꽁 묶여도 좋을

서로 다른 생의 물때는

언제나 바다의 온도처럼 궁금한 일이다

 

 

* 이른바 '모세의 기적'이라 하여 하루에 두번 바닷물이 열리는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에 위치한 작은 섬.

 

 

 

시인시대(2021,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