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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부도*
황주현
한발씩 물러날 때를 알아야
그 섬에 들수 있다
밀물로 채워지는 반나절과
썰물로 비워지는 반나절
그대와 나에게도
한때는 잔잔한 파도가 일렁이다가
둘만의 섬처럼 고립을 자초하다
붉은 노을앞에서 그냥 붉어 지다가
사랑은 온통 처음 걸어 가는 길이라고
제부도에 들면 알 수 있다
소소하게 살아내는 일도
열렸다가 닫히고
다시 열리길 기다리는 일이라고
뻔히 알면서도 모른 척
하루에 한번은 마주치는
그대와 나의 서로 다른 속내같은
해수면 아래
그대에게 내어 줄 길 하나 숨겨 놓고
누구의 소유인지 모를 파도가
섬 한 채를 풀었다가 조였다가
그러다가 아예 하룻밤 꽁꽁 묶여도 좋을
서로 다른 생의 물때는
언제나 바다의 온도처럼 궁금한 일이다
* 이른바 '모세의 기적'이라 하여 하루에 두번 바닷물이 열리는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에 위치한 작은 섬.
ㅡ『시인시대』(2021,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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