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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렬비열도*
박성민
제 몸에 혼잣말을 새겨 넣는 주상절리
서툰 안부도 없이 새들은 날아간다
기러기 붉은 울음이 번져가는 저녁놀
통증을 밀어올린 꽃 대궁이 시퍼렇다
벼랑을 더듬으며 피어나는 동백꽃이
전생의 외로운 날들을 연실처럼 당긴다
어쩌자고 그대는 먼 곳에 떠 있는가
파도의 하얀 뼈가 부서지는 저녁마다
너무나 늦은 사랑이 창백하게 피어난다
* 격렬비열도 : 태안반도에서 약 55킬로미터 떨어진 우리나라 최서단 섬들.
멀리 보면 삼각형의 섬 3개가 열을 지어 날아가는 기러기 같다 해서 붙여진 이름.
―시조집『어쩌자고 그대는 먼 곳에 떠 있는가』(문학의전당,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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