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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멈춤!' 표지판
김명규
축령산 편백나무들
성을 지키는 군사처럼 꼿꼿이
어깨 견주어 버티고 섰다.
사람의 발길 허락지 않을 것처럼
촘촘히 고집스러워 보여도
하늘 한 조각 나누어 가지 뻗고
햇빛 드나들 틈새 비워두었다.
산의 속살 깊숙이 뿌리내리고 서서
드넓은 몽골 초원 휘돌아
바람결에 묻어온 이야기
빗방울에 담아 잎새에 새겨둔
깊고 푸른 바닷속 이야기
두런두런 사람들 살아가는 이야기
모두 나이테에 담아두었다.
편백나무 숲에 누워 듣는
속살속살 나무들의 이야기에
빙글빙글 돌아가던 세상도 멈춰서고
가뿐 숨결은 이내 잠이 든다.
숲은 '잠깐 멈춤!' 표지판이다.
―동시집『고, 기특한 것이!』(아동문예.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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