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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로크롬
유현숙
마른 손가락 같은 너를 만지다가 그만 놓친다
바람 부는 동쪽 끝에서 내렸다
너를 놓는다
치타의 눈 밑 티어마크는 제 몸을 돌아 나온 바코드이다
꿈도 피도 싸늘하던
젊은 날의 바코드가 내게도 있다
치명적 독을 문 전갈처럼 가멸차게 꼬리를 세우며
어둠 속에서 펼쳐지는 낡은 후일담 하나
모든 흔적은 광학적으로 판독되는 막대 기호인가
길의 흔적, 젊음의 흔적, 회한의 흔적, 절규의 흔적...
머큐로크롬보다 붉고 따가운 소문의 여운
감출수록 드러나는 이진법적 기표인가 주홍빛 촉각인가
―시집『몹시』( 상상인,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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