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반반 치킨 봄봄 / 홍계숙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6. 1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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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 치킨 봄봄

 

홍계숙

 

 

사월의 취향은 꽃이면 꽃 이파리면 이파리,

선택이 딱 부러지던 삼월과는 사뭇 다르다

오토바이를 타고 온 사월,

배달된 벚나무 상자를 열면 꽃잎 반 잎사귀 반

 

치킨은 역시 양념 반 프라이드 반, 골라 먹는 재미

달콤한 꽃만으로는 속이 울렁거려

담백한 이파리로 비위를 달래는 중이다

 

달리던 연분홍 나무가 절반의 꽃을 비운 자리

잎사귀 초록초록 상처에 새살 돋아날 때

이별은 사월에 하자, 사랑이 절반쯤 남아 있을 때

 

벚꽃 엔딩 울려 퍼지는 거리

배달 치킨이 달려간다 동그란 꽃잎 흩날리며

 

흰털과 검은 털이 반반인 고양이 지나간다

새끼를 밴 어미는 어둠에서 꽃으로 건너가던 중이었을까

 

슬픔과 기쁨의 문턱에서 태어난

개나리 벚나무 복숭아 살구나무

사월 꽃나무역엔 꽃과 잎이 바삐 환승 중이다

 

얄궂은 봄비,

달콤한 양념치킨만 쏙 골라 먹고

초록색 프라이드만 가지에 남겨 놓았다

 

 

 

―웹진『공정한 시인의 사회』(2021,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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