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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순간
홍계숙
돌멩이를 쏘아 올리면 별이 될까
강가 돌멩이들 몸을 뒤척인다
입과 눈을 버리고 무게를 줄이며 순간의 순간을 기다리며
참고 견딘 돌에게 금지된 바람은 없다
물과 불을 무심히 지나
돌의 바깥으로 나가 별꽃이 되었거나
시계추 같은 파도에 쪼개져 모래가 된 돌멩이도 있다
어둠을 켜면 손에 잡힐 듯 가까운 야광별들, 유성은 왜 성좌를 버리고 지상으로 돌아왔을까
낚싯대를 물고 올라온 불가사리는 물속의 별인 듯 반짝거리고
도로 위를 바람으로 굴러가는 동그란 꽃잎들, 구르다 멈춘 곳에 폐기된 봄의 주름들은 지상으로 추락한 별일 것이다
빛이 그림자에게 밤의 살점을 내어줄 때 카이로스 시간은 팽창한다 달빛을 적분하며 달맞이꽃 피어나고 별빛을 미분하며 유성이 흐르는 밤
종일 비상을 꿈꾸던 새들 둥지로 돌아가고
그어놓은 빛의 길을 어둠이 재빨리 지우고 있다
빛의 정면을 놓친 밤들,
일생 단 한 번 온다는 순간을 붙잡기 위해
없는 눈을 대굴대굴 굴리며 별의별 시간을 살고 있는 돌멩이들
훗날 우주 어느 먼 별에서는 그들의 반짝이는 이 순간을 바라보는 것이다
―웹진『공정한 시인의 사회』(2021,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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