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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어 재봉틀
황종권
저 잉어가 물을 재봉하고 있다
목부터 자라 목부터 빛나는 잉어
비닐이 골무다
밤에도 천을 짜는 강은
등줄기에 물비늘 붙이고 다니는 잉어를 기다린다
처음 온 곳이 저녁빛 아득한 갈대뿌리인데
그 서늘한 날자를 기록하는 산란철
먹구름을 부르듯 잉어는 아가미에 빗소리를 키우고 있었다
수초와 바위와 모래톱이 가위질을 시작했다
산란이란 얼마나 날카로운 물소리를 가지고 있는가
물의 봉재선을 꾸역꾸역 박고 넘기는 일
사실 무늬 하나를 빚는 일
별자리와 별자리를 잇는 징검돌이 되는 일
아무도 잉어가 물의 재봉틀이라는 것은 모른다
아무도 잉어가 주둥이로 물의 실을 잦는지도 모른다
윤슬은 잉어의 첫울음,
초록을 쏟아내는 버드나무 곁에서
잉어는 만삭의 별자리가 되거나
마른 기침으로 배냇저고를 짓고 있는지도 모른다
잉어는 숨이 트이는 빛을 떠올린다
윤슬은 물의 탯줄을 가진 아이,
물길을 걷다보면 나도 저 잉어 재봉틀에서 태어난
물병자리 아니던가
만조의 별자리를 짜는 강, 잉어 재봉틀이 있어
지느러미 바늘처럼 반짝일 때
나는 속눈썹 긴 딸을 낳게 되었다
―웹진『시인광장』(2021년 7월호)
2021년 7월 2일 오전 8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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