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봄의 디스플레이
강우현
마트 옆으로 트럭 한 대가 들어선다
잿빛 천막을 봄까지 말아 올리자
막 꽃을 피울 것 같은 푸른 단결이 가득하다
큰 분盆 작은 분 할 것 없이 화사하게 필 권리
깎이거나 잘리지 않을 권리를 보장 받은
으싸으싸 화분들의 노동조합,
가장 싱그럽게 가장 화려하게
구호가 앞줄에 걸려 있다
한 분씩 바닥에 내리자
각각의 포인트를 살려 포즈를 취한다
미소는 필수,
일단은 선택 가능한 쪽에 중심을 두어
햇살을 예각으로 조절하자 겨울의 그늘이 지워지고
약국에서 옹알이하는 철죽 한 분
지팡이 짚은 할머니가 배냇짓하는 한이비 한 분을 고른다
조합원들이 팔리자 웃음이 덤으로 핀다
―월간『우리詩』(2021, 7월호 신작 소시집)
2021년 7월 15 16시 15분
'2021 다시 필사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조>세렝게티를 꿈꾸며 /임채성 (0) | 2021.08.07 |
---|---|
<시조>꽃의 화법 /박권숙 (0) | 2021.07.29 |
잉어 재봉틀 /황종권 (0) | 2021.07.02 |
<동시>도마뱀 사냥 나가신다 /유희윤 (0) | 2021.06.30 |
<동시>달빛 /유희윤 (0) | 2021.06.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