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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대 암각화
이강하
먼 바다의 질문이 섞여있다
바람이 많아지면 음각은 더 섬세해질까
절벽에 꽃이 피면 음각은 그늘을 견디고
그늘이 잠시 눈을 감았다 뜨면, 먼 옛날
호모 사피엔스가 말을 걸어온다
태초의 해안선이 그립다고
그때는 사방이 봄날이었다고
음각 속 물방울들이 혁명을 부르짖듯
철썩거린다
파도 망토를 두르고
금방이라도
고래 사슴 호랑이 멧돼지가 튀어나올 것만 같다
여기저기서
오늘 밤 당신은 나의 절벽
먼 섬 별 냄새가 난다
그래서 당신은 암갈색이면서 깊다
―시집『파랑의 파란』(시와반시,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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