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반구대 암각화 /이강하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7. 21.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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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대 암각화

 

이강하

 

 

먼 바다의 질문이 섞여있다

바람이 많아지면 음각은 더 섬세해질까

 

절벽에 꽃이 피면 음각은 그늘을 견디고

그늘이 잠시 눈을 감았다 뜨면, 먼 옛날

호모 사피엔스가 말을 걸어온다

태초의 해안선이 그립다고

그때는 사방이 봄날이었다고

 

음각 속 물방울들이 혁명을 부르짖듯

철썩거린다

파도 망토를 두르고

 

금방이라도

고래 사슴 호랑이 멧돼지가 튀어나올 것만 같다

여기저기서

 

오늘 밤 당신은 나의 절벽

먼 섬 별 냄새가 난다

그래서 당신은 암갈색이면서 깊다

 

 

 

―시집『파랑의 파란』(시와반시,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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