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팅 콜
박숙경
창문을 닫지 마
반짝이던 한낮의 수식어들 모두 잠들어버린
달빛의 시간이야
통속적이라고 놀려도 괜찮아
창틀에 앉아 목을 빼고
건너편 흰 고양이를 훔쳐보기도 해
너의 심장을 만져보고 싶어
너의 젖은 발바닥을 만져보고 싶어
애써 울려고 노력하지 마
애써 웃으려고도 하지 마
잃어버린 너의 목소리는
잃어버린 너의 과거야
그러니 오늘밤은 나랑 놀아줄래
망설이지 말고
불안해하지 말고
ㅡ시집『그 세계의 말은 다정하기도 해서』(시인동네,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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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로서 애원하는 사랑을 ‘메인팅 콜‘이라고 한다. 고양이들의 사랑놀이도 이 메이팅 콜로 시작을 하는데 신혼 때의 일이다. 창문 밖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계속 들려오고 있었다. 새벽 2시 누가 아기를 버리고 갔나 도무지 잠을 이룰 수가 없어서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가 보니 차 밑에서 그 소리가 들려왔다. 누가 아기를 차 밑에다가 놀라서 후레쉬를 비추자 고양이가 후다닥 도망을 갔다.
그 뒤부터 그 소리가 발정 난 고양이의 울음소리라 알게 되었고 다음부터는 속지 않았는데 언젠가 밤길 골목을 지나다 보니 예의 그 소리가 들려와 살금살금 다가가서 훔쳐보았다. 길고양이 두 마리가 불안과 행복이 엄습하는 자세로 마주 보면서 그악스럽게 울고 있었다. 방해가 될까 봐 모른 척 뒤로 물러 나왔는데 그 소리는 각인이 되어 집으로 가는 내내 환청처럼 들리고 있었다.
조류 중에는 춤을 추거나 깃털의 화려한 장식 외모를 내세워 암컷을 유혹하기도 하지만 동물들은 대개 소리로서 암컷의 사랑을 얻고자 한다. 걔 중에는 베짜기 새처럼 집을 잘 만드는 솜씨를 본다거나 물총새처럼 먹이를 잡아와서 지아비로서의 능력을 증명하면서 내실을 다지기도 하는데 겉을 내세우는 것이 외향이라면 소리는 내향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랑의 접근법이 외향이면 어떻고 내향이면 어떨까. 자기가 자신이 있는 걸로 승부를 하면 되는 것이고 또 목적 달성을 위한 종족번식을 위한 수단이라면 상대방의 취향을 파악해서 접근을 하는 것이 선택받을 확률이 높을 것이다. 다만 반칙을 하지 않는다면 이런 사랑 저런 사랑 그 사랑에 무슨 흠이 되고 결례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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