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메꽃 /최수일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9. 17.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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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꽃

 

최수일

 

 

길가 풀섶

키 큰 개망초꽃 목덜미를 타고 오른

메꽃 한 송이

 

논두렁에

밀밭 한 귀퉁이에

오솔길 달맞이 꽃대에

있는 둥 없는 둥

어쩌다 보이는 꽃

 

찢긴 꽃잎에 눈길 주다

돌아서는데

 

어디서 본 듯한

누군가를 닮은 그 꽃

 

있는 둥 없는 둥

낮엔 보이지 않다가

밤 깊으면

어쩌다 집에 들렀다 급히 떠나는

낯선 아버지

 

그 아버지를 붙잡고 살아가는

어머니는 메꽃이었다

 

 

―『모던포엠』(2021. 9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