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증언 4 /권순자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9. 23.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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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언 4  

권순자
 

방직공장에 취직시켜줄게 
월급이 많아서 재봉틀도 살 수 있어

열네 살 소녀는 순진해서
일본인을 따라 배를 타고 히로시마로 갔어
벚꽃 만발한 히로시마의 봄은 아름다웠어 
더 어여쁜 시골 소녀는 
돈 번다는 희망에 따라갔어

배에서 내린 곳이 라바울 일본군 위안소였어
온몸으로 반항했으나 죽도록 맞았어
감시는 엄했고 자유는 없었어
낮이고 밤이고 군인들이 수십 명 줄을 서곤 했어
괴롭고 아픈 노예 도망칠 수 없는 노예

폭격이 심해지자 동굴 안에 대피시켰어
정글 속으로 도망쳤어

전쟁이 끝나도 집에 가지 못했어
병이 너무 심했어 
도시에서 돈 벌어 치료했어
나는 죽어도 일본 정부의 사과를 받아야겠어
한창 고운 나이에 피멍 들고 병든 내 몸,
황폐해진 내 정신을 배상받아야겠어.

 

 


―『천개의 눈물』(포엠포엠,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