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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왕릉에 서다
―진평왕릉
한영채
왕릉 입구 젊은 혈기들
오후 네 시 라틴음악이 곡선을 울린다
왕조의 그림자 따라온 여기
남동으로 길어진 숨은 그림자는 햇살 아래 미끄러지고
흔들리는 물버들 이파리 비비는 소리
바람결에 낭산을 돌고 있다
어느 곳에서 덕만을 부르는
진평의 낮은 목소리가
왕릉 위에 나무 그림자로 선다
어스름 배웅 길 선도산 아래 오랜 곡선들
무리 지은 갈대 쓸쓸한 손짓이다
팔짱 낀 그가 고개 숙여 걷는다
그림자는 천천히 해넘이를 본다
―시집『모나크 나비처럼』(한국문연,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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