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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42) /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 한원섭의 ‘구두닦이 아저씨’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10. 30.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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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42) /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 한원섭의 ‘구두닦이 아저씨’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42) /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 한원섭의 ‘구두닦이 아저씨’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42) /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 한원섭의 ‘구두닦이 아저씨’

 

구두닦이 아저씨

한원섭(경북 경산군 부림초등 5년)

 

주차장 뒤의 길 한구석에
구두닦이 아저씨 
나이는 사십 살쯤 된 것 같다.
얼굴엔 산골 같은 주름살
청년이 와서
“어이, 구두 좀 닦아.”
아저씨는 열심히 닦았다.
저거 말라꼬 닦아주노
사람을 사람처럼 여기지도 않는데.
아저씨 보고 괜히
내가 화를 냈다.
아저씨는 시커먼 얼굴로
구두만 보면서
열심히 열심히 구두를 닦았다.
 그 청년의 마음도
빤질빤질하게 윤낼 듯이
닦고 있었다. 

-『국어시간에 시 읽기 1』(나라말, 2000)  

 

<해설>

이 한 편의 동시를 읽으니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고 한 워즈워스의 시구가 생각난다. 못난 어른이 어린이한테서 크게 배우는 경우가 있다. 어리다고 무시하면 절대로 안 된다. 

손님이라고 구두닦이 아저씨에게 반말을 하며 구두 닦으라고 시키는 것을 본 원섭이가 화가 났다. 초등학교 5학년 원섭이가 “얼굴엔 산골 같은 주름살”이라는 비유법을 쓸 수 있다니 놀랍다. 더욱 놀라운 것은 마지막 문장이다. 구두닦이라고 반말을 하는 몰상식한 청년이 미웠는데 구두닦이 아저씨는 “그 청년의 마음도/빤질빤질하게 윤낼 듯이/닦고 있었다”니, 보통 솜씨가 아니다. 어른들의 어설픈 기교보다 백배 낫다. 

공자는 “詩三百一言以蔽之曰思無邪(시를 3백 수 계속 읽으면 마음에 사악한 것들이 죄다 사라진다)”라고 했는데 바로 이런 시를 읽으면 우리 마음에서 삿된 욕망이 몽땅 사라질 것이다. 착하게 살아야 한다, 바르게 살아야 한다고 어린이들에게 말할 것이 아니라 어른이 그런 본을 보이면 된다

출처 : 뉴스페이퍼(http://www.news-pap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