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49) / 측은지심 - 손동연의 ‘칭찬받은 지각’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49) / 측은지심 - 손동연의 ‘칭찬받은 지각’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49) / 측은지심 - 손동연의 ‘칭찬받은 지각’
칭찬받은 지각
손동연
“차암 잘했다.
날마다 늦어도 좋다.”
우리는 귀를 의심했어요.
호랑이 선생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다니…….
혼날 줄 알았던
지각 대장 명철이도
어리둥절 고갤 갸웃거려요.
“앞에
소아마비 아이가 걷기에
그 뒤만 졸졸 따라오다 늦었어요.
목발 짚은 그 애를
앞지를 수가 없었어요.”
그 말밖에 안 했는데…….
그 일밖엔 한 게 없는데…….
-『참 좋은 짝』(푸른책들, 2015, 12쇄)
<해설>
지각 대장 명철이에게 선생님이 물어보았다. 오늘은 또 왜 늦었느냐고. 명철이의 말을 듣고 호랑이 선생님은 “차암 잘했다. 날마다 늦어도 좋다.”고 칭찬을 해주신다. 이 동시의 내용은 이것이 전부다. 그런데 제3연, 따옴표 속의 말은 여러 번 되풀이해서 읽게 된다. 나 자신, 뭐가 그리 바쁘다고 목발 짚은 사람을 앞지른 적이 여러 번 있었기 때문이다.
불가에서 최고의 덕목으로 치는 것은 자비(慈悲)다. 딱한 처지에 놓인 사람을 사랑하고 가엾게 여겨 돌봐주는 것이다. 그런데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으로서 남을 가엾게 여기는 것이 쉽지 않다. 돌봐주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우리나라에 불자의 수, 천주교인과 기독교인의 수, 여타 이런저런 종교를 믿는 사람의 수가 천만은 넘을 것이다. 모두 매주 한 번은 두 손 모아 기도를 드렸을 텐데 왜 우리 사회는 이렇게 살벌할까. 우리가 이 동시 속 명철이처럼 측은지심을 갖고 산다면 세상이 아주 많이 따뜻해질 것이다. 목발 짚은 아이가 상처받을까봐 앞지르지 않은 명철이의 아름다운 동심에 큰 감동을 받는다.
출처 : 뉴스페이퍼(http://www.news-pap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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