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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외도
김남미
날이 선 송곳 하나 가슴을 찔러온다
흠집난 과일처럼 떨어져 내릴 것 같아
브라의 와이어 철심 조이는 날 많아졌다
민망한 일이었다, 외간 남자 그 앞에서
아이들 밥줄이자 남편의 보물섬을
생존의 거래를 하듯 내보여야 한다는 게
눈 질끈 감고 누운 커튼 친 간이침대
풀어헤친 앞섶 열고 애무하는 차가운 손
초음파 굴곡진 영상이 소름을 스캔한다
십 분이 일 년 같은 허무한 정사 뒤에
속죄 하듯 털어놓는 다정한 그이의 말
"결과는 정상입니다"
눈물 왈칵 쏟아진다
―『정형시학』 (2021.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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