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감상해 보자

신발장 앞에서 /류미월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12. 25.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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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장 앞에서

 

류미월

 

 

신발장을 정리하고 쌓인 먼지 털다가

오랜 시간 나와 함께 울고 웃던 순간들의

표정이 되살아난다

돌돌돌 말린 길들

 

차마 버리지 못했던 낡은 구두 한 컬레

뒷굽이 걸머졌을 지난날 먼지와 얼룩

잘 닦아 다시 놓는다

한때의 나를 보듯

 

가던 길 쉬어가면 발걸음도 가벼워질까

비상의 꿈을 꾸듯 비상등 다시 켜고

힘주어 내딛는 걸음

꽃중년이 피어난다 

 

 

 

―『정형시학』 (2021.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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