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동시조♠감상해 보자

고라니에게 /정두리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2. 1. 13.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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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라니에게

 

정두리

 

 

살 곳을 찾아온 곳이

우리 동네 뒷산이었나 봐

더 이상 멀리 갈 데가

없었나보구나

 

강씨 할머니가,

애써 키운 묵정밭의 푸성귀 축낸 거

밤이면 징징 운다고

아침 내내 네 흉을 보았는데

안 들었음 좋겠어

 

이제 뒷산에

네가 있다는 걸

동네에서 아는 사람은 다 알아

 

얼핏 마주쳤을 때

겁에 질린 눈으로

잽싸게 달리는 너를 보니

우리랑 같이 살자고는 못하겠어

 

그래도,

동네 뒷산에 온 건 환영해

우리 잘 지내자.

 

 

 

―동시집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라면(답게,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