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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저물녘
박종구
아들에 맞서다가 바람이 되어버린
집 나온 할머니가 걸레 위에 누워있다
다 낡은 가방 속에는 번호 하나 간직한 채
못난 아들 기다렸던 어미의 설움인가
건네준 빵 한 조각, 경계심은 풀어지고
푹 꺼진 마른 가슴에 노을을 덮고 있다
이리저리 부딪히며 바람에 흔들려도
서슬 퍼런 시름 딛고 짧은 다리 질질 끌며
지친 몸 다시 일으켜 길을 묻는 할머니
―『시와 소금』(2021,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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