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대못을 빼고 /안명옥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2. 2. 5.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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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못을 빼고

안명옥

 

 

아파트 개발로 떠나버린 공장들안에는

누군가 밤새 버리고 간 쓰레기들이 쌓여만 가고

번창과 폐허를 한꺼번에 경험한 공장 지대

유령처럼 개들이 떠돌고

 

물러서지 않는 코로나19처럼

골목 한쪽 길가에 주차한 차들이 점령한 오후

물러서지 않는 5톤 화물차와 자동차가 대적하고

 

오미크론 위험 수위로 오지 않는 견적문의

쏟아 붓는 광고비를 떠안고 굴러가는 하루

툭하면 제작사고 디자인사고 무수한 균열을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눈을 부릅뜨고 버티는 공장 간판

 

추위를 견디는 일이 많이 익숙해지고

부고 소식이 전해지는 오후

수의는 주머니가 없다고

빈손으로 가는 것이라고

 

창문이 어둑해질 때

희망의 타이어에 대못이 박히던 퇴근길

공장지대에 캄캄한 밤이 오고 있다

안녕하십니까? 대못을 빼내는 동안 안부를 묻는다

 

힘들지요?

잘 견디고 늘 좋은 시를 생각하세요

이렇게 지나가는 거지요

 

청년취업 대책 없어

부모세대 연장근무 늘어난다는 데

새들은 저녁이면 떼로 어디론가 날아가고

마스크 쓴 유령들이 운전석에 앉아 어디론가 달려가고

 

하나둘 밝혀지는 아파트 불빛 젤 늦게 꺼지고

새벽이면 젤 먼저 켜지는 우리 집 형광등

 

 

―웹진『시인광장』(2022년 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