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시 한 편의 등대 /서영택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2. 2. 5.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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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한 편의 등대

 

서영택 

 

 

문자를 쌓아 올려 등대를 만든다

 

어둠 속 별빛이 나의 이정표였다

그을음이 피어나는 날 등대는 더 희게 보인다

바위에 새겨진 이름 아래 해조류의 꿈이 멀어지고

먼 길 달려온 파도가 나를 밀고 당긴다

 

잠든 등대가 있나

 

바다가 해안을 삼킬 듯 휘몰아쳐도

불빛의 간격으로 뱃사람에게 신호를 보낸다

내가 보낸 신호들은 어디에 닿았을까

밀물과 썰물 해무가 피어나고

어제의 등대가 흐린 나를 바라본다

 

물결과 물결을 놓지 않는 빛이 내게 오고 있다

   

 

―격월간『시와 표현』(2019년 3-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