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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한 편의 등대
서영택
문자를 쌓아 올려 등대를 만든다
어둠 속 별빛이 나의 이정표였다
그을음이 피어나는 날 등대는 더 희게 보인다
바위에 새겨진 이름 아래 해조류의 꿈이 멀어지고
먼 길 달려온 파도가 나를 밀고 당긴다
잠든 등대가 있나
바다가 해안을 삼킬 듯 휘몰아쳐도
불빛의 간격으로 뱃사람에게 신호를 보낸다
내가 보낸 신호들은 어디에 닿았을까
밀물과 썰물 해무가 피어나고
어제의 등대가 흐린 나를 바라본다
물결과 물결을 놓지 않는 빛이 내게 오고 있다
―격월간『시와 표현』(2019년 3-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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