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수제비 /차성환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2. 3. 5.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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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비

차성환


  한밤중에 시를 쓰다가 잠들었는데 시의 요정이 나타나 너도 우아하고 세련되게 시를 찢고 수제비 뜯듯이 시를 뜯어봐 먹기 좋게 연을 주고 행을 나눠 달콤하게 속삭이는데 하마터면 넘어갈 뻔했다 너는 시의 악마 내일 아침 비가 오면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삼청동 수제비 먹으러 가야겠다 나는 충분히 연을 나누고 행을 주고 있다 이게 한 행이고 한 호흡이고 다음 연은 곧 찾아올 거다 수제비 한 그릇을 다 먹고 나면 다음 연이 짜잔 나타나 내 시를 이루리라 아직도 한 편의 시가 쓰여지지 않았다 이 새끼야 이 시의 요정 새끼야 넌 영원히 쓸 수 없을 거야 쓰기도 전에 실패한 시



ㅡ웹진 『공정한시인의사회』 (2022,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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