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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발성 봄밤
황외순
바람의 홰기 적시는 어둠의 깃을 틈타
조금씩 올라가는 왕벚나무 입꼬리
재채기 튀어나올 듯 코끝이 스멀댄다
신호 차선 무시하고 중앙선 가로질러
네거리 국밥집에 뛰어드는 하얀 꽃비
살며시 꼬리를 밟던 내 시선도 잡아당긴다
식탁엔 각 한 사람씩 등을 서로 맞대고
혼술인지 혼밥인지 소주 한 잔 국밥 한 그릇
구석엔 혼잣말 같은 가마솥이 끓는다
엉덩이를 살랑대는 요정의 마담 같은
까짓것 봄이야 가고 나면 또 온다지만
밥 한 끼 같이 먹어줄 네 손은 차마 못 놓겠다
―『나래시조』(2922,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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