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이젠 봄을 훔쳐야 할까 봐요 /이서연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2. 5. 2.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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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봄을 훔쳐야 할까 봐요

 

이서연

 

 

머리에 눈꽃이 보이던 무렵부터였나 봅니다

겨울을 길게 지나올 때마다

머리의 흰 꽃잎 세어보듯 봄을 헤아리는 버릇

 

눈을 마주하는 사람과 이 봄을 몇 번 만날까

함께 하지 않은 날에도 함께 할 나무라도 심어

잎으로 꽃으로 만날 준비를 해야 할까

 

뒤늦게 부화 되는 욕망 따라 저만치

몸이 봄으로 봄이 몸으로

멋대로 쏟아지는 꽃비조차 시어로 읽히는 봄

 

훔쳐서라도 감춰둬야겠어요

숨 쉬는 날에서

숨 쉬지 않는 날에도 사랑할 이유가 많아서

 

 

 

―『시와소금』(2022,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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