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와각지쟁蝸角之爭* /이혜선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2. 5. 2. 20:45
728x90

와각지쟁蝸角之爭*

 

이혜선

 

 

눈 내린 선사유적지 움집 마당

오천 년간 불어오던 솔바람이 물끄러미 바라본다

 

작살로 물고기 잡던 근육질 사내

돌화살로 곰을 잡던 신석기 사내 나란히 서서 바라본다

담 너머, 잘 뚫린 올림픽도로

꼬리 물고 줄줄이 번쩍이는 불빛들

 

저 검은 빛의 작살에 아리수 물고기 다 죽었네

매연구름에

고덕산 사슴은 목이 타버렸네

내일은 아이들과 무얼 먹고 살지?

 

이십일세기 사람들은

하늘 위의 것을 탐낼까 왜

달팽이 뿔 위에서 욕망의 칼날 휘두를까

 

모닥불이 기다리는 따뜻한 움집 마당,

총총총 자꾸 돋아나는

바이러스 총도 이름도 모르는 푸른 솔바람이 묻는다

 

 

*장자 칙양편 : 세상일이란 달팽이 뿔 위에서 싸우는 것처럼 작은 일로 서로 다투는 것이라는 비유.

 

 

 

―『시와소금』(2022,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