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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각지쟁蝸角之爭*
이혜선
눈 내린 선사유적지 움집 마당
오천 년간 불어오던 솔바람이 물끄러미 바라본다
작살로 물고기 잡던 근육질 사내
돌화살로 곰을 잡던 신석기 사내 나란히 서서 바라본다
담 너머, 잘 뚫린 올림픽도로
꼬리 물고 줄줄이 번쩍이는 불빛들
저 검은 빛의 작살에 아리수 물고기 다 죽었네
매연구름에
고덕산 사슴은 목이 타버렸네
내일은 아이들과 무얼 먹고 살지?
이십일세기 사람들은
하늘 위의 것을 탐낼까 왜
달팽이 뿔 위에서 욕망의 칼날 휘두를까
모닥불이 기다리는 따뜻한 움집 마당,
총총총 자꾸 돋아나는
바이러스 총도 이름도 모르는 푸른 솔바람이 묻는다
*장자 칙양편 : 세상일이란 달팽이 뿔 위에서 싸우는 것처럼 작은 일로 서로 다투는 것이라는 비유.
―『시와소금』(2022,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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