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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의 무덤
윤용선
때가 되면
거구의 코끼리도 마지막 쉴 곳을 찾아가
착하게 몸을 눕힌다고 하던데,
그곳이 코끼리 무덤이라고 하던데,
여기 견주어 말하긴 뭣하지만
생애의 모든 기억이 잦아든 곳
어쩌면 망각의 늪
거기 가뭇 잠들어 있는 나를
이제는 가만 내버려 두세요.
괜히 바닥까지 흝어가며 흔들어대지 말고,
다시 긁어서 상처 같은 거 만들지 말고,
어눌했던 사랑의 아픔이라면 찔레꽃 맑은 향기로
뜨겁고 뜨거웠던 갈증이라면 오오랜 그리움으로
모두 삭히고, 또 폭 삭혀서
가슴에, 가슴 깊은 곳에 영원으로 품으세요
그래도 세상은 아름답고 살만했다고
때가 되면 확연히 말할 수 있게
―『시와소금』(2022,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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