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망각의 무덤 /윤용선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2. 5. 31. 09:42
728x90

망각의 무덤

 

윤용선

 

 

때가 되면

거구의 코끼리도 마지막 쉴 곳을 찾아가

착하게 몸을 눕힌다고 하던데,

그곳이 코끼리 무덤이라고 하던데,

여기 견주어 말하긴 뭣하지만

생애의 모든 기억이 잦아든 곳

어쩌면 망각의 늪

거기 가뭇 잠들어 있는 나를

이제는 가만 내버려 두세요.

괜히 바닥까지 흝어가며 흔들어대지 말고,

다시 긁어서 상처 같은 거 만들지 말고,

어눌했던 사랑의 아픔이라면 찔레꽃 맑은 향기로

뜨겁고 뜨거웠던 갈증이라면 오오랜 그리움으로

모두 삭히고, 또 폭 삭혀서

가슴에, 가슴 깊은 곳에 영원으로 품으세요

그래도 세상은 아름답고 살만했다고

때가 되면 확연히 말할 수 있게

 

 

 

―『시와소금』(2022, 여름호)

'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별 /최금녀  (0) 2022.06.02
그냥 웃으십시오 /윤용선  (0) 2022.05.31
슬픔의 발자국 /이현서  (0) 2022.05.25
문득, 불러보는 혁명가 /한혜영  (0) 2022.05.24
햇볕 /박상천  (0) 2022.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