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이별 /최금녀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2. 6. 2. 19:04
728x90

이별

 

최금녀

 

 

커피 잔이 마룻바닥에 떨어졌다

아끼던 것

그는 깨지면서 그냥 물러서지 않았다

벌겋게 충혈 된 안개꽃 무늬들

책상다리의 살점을 저며내고

내 손가락에서도 피가 흘렀다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없는

서로 다른 세상의

낯선 기호가 되고 말았다

 

아끼던 것들은 깨지는 순간에

그처럼 얼굴을 바꾸는구나

 

순한 이별은 없다.

 

 

 

시집 기둥들은 모두 새가 되었다』(현대시, 2022)

 

'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먹감나무 접붙이기 /최수일  (0) 2022.06.02
불광동 /최금녀  (0) 2022.06.02
그냥 웃으십시오 /윤용선  (0) 2022.05.31
망각의 무덤 /윤용선  (0) 2022.05.31
슬픔의 발자국 /이현서  (0) 2022.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