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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최금녀
커피 잔이 마룻바닥에 떨어졌다
아끼던 것
그는 깨지면서 그냥 물러서지 않았다
벌겋게 충혈 된 안개꽃 무늬들
책상다리의 살점을 저며내고
내 손가락에서도 피가 흘렀다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없는
서로 다른 세상의
낯선 기호가 되고 말았다
아끼던 것들은 깨지는 순간에
그처럼 얼굴을 바꾸는구나
순한 이별은 없다.
—시집 『기둥들은 모두 새가 되었다』(현대시,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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