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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분(過分)
이상국
알지도 못하는데
커피콩을 외상으로 주는 동네 가게
어떻게 시 한 편 있는 줄 알고 용케 도착한 청탁서
괜히 마음이 언짢은 날 내리는 비
연립주택 화단의 애 머리통만 한 수국
점심은 먹고 왔는지
남해에서 하루 만에 달려온 택배
어디선가 사람을 낳는 사람들이 있고
마음 깊이 감춰둔 사람이 있다는 것
아무리 두꺼운 어둠을 만나더라도
어떡해서든지 오고야 마는 아침아
부모가 있다는 것
나무들이 있다는 것
통장에 찍힌 손톱만 한 원고료
해지면 기다리는 식구들
ㅡ시집 『애지愛知』(2022,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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