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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오디션
박라연
첫눈이 온다
종일 처음이 내린다 하얀 눈송이 사이로
'너의 무지개가 산다'는
문장이 내려온다 어디에
무지개가 사는지 여전히 모르지만
어둠의 아랫마을에 우리 이야기의 처음이 산다면
내려가는 어둠과 울음의 경사를
관객이 결정한다면
검은 밤의 어깨 위에 스무 살을 걸고 시작할래요
ㅡ 뭐? 너, 무슨 오디션 프로에 참가하니?
ㅡ 응
따뜻한 색이잖아! 모두 다 보잖아
ㅡ 스물은 너무 아련한데?
그 먼 기억의 숲을 모셔오려면 요절이 불가피해요
아련함이 숲마저 요절시키면? 늙은 요절을
어디에 쓰나?
관객은 또 숨죽여 지켜볼 텐데
벼랑 사이에 냄새를 뿌릴까 해요 나만의 냄새를요
몸의 화산이 폭발되도록
50가지 무지개로 나누어지도록
ㅡ시집『아무것도 안 하는 애인』(문학과지성사,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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