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다 끝난 것처럼 말하는 버릇 /이명선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2. 12. 8.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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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 끝난 것처럼 말하는 버릇 

 

  이명선 

 

 

  내려다볼 수 있는 미래는 더 먼 미래로 가야 볼 수 있을까 말린 과일을 접시에 담으며 먼저 늙겠다는 네가 어느 순간 늙어 시계가 걸린 벽을 바라보았다 너의 테 없는 안경을 쓰고 양 떼가 이동 중인 초원을 거닐 수 있다면 움트는 새벽을 맞게 될지도 몰라 그간의 일에 슬픔이 빠지고

 

​  사람의 손을 네가 먼저 덥석 잡아 줄 리 없으니 내가 아는 너와 지금의 너는 다른 사람일 수도 있겠지만 다시 너에게 오는 사람이 지금의 너를 알아봐 주는 사람이면 좋겠다

 

​  나는 살갑게 네가 올려다볼 세상을 상상하면서 조금 더 늙어 버려 식탁에 앉아 말린 과일을 놓고 생애주기가 다른 바다생물 이야기에 벌써 눈부신 멸망을 본 듯 말하고 있다

 

  ​다 끝난 것처럼 말하는 버릇을 우린 아직 버리지 못해서

 

 

 

―시집 『다 끝난 것처럼 말하는 버릇』(걷는사람,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