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서쪽 /서주영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2. 12. 6.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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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

 

서주영

 

 

저무는 것들처럼 당신의 등도 서쪽으로 굽어 있다

하루하루의 눈동자와 저녁의 어깨 위에

슬픔을 으깨어 얹은 당신이 앉아 있다

저문다는 건 바람에 긴 그림자가 힘없이 흔들리는 것

그리움이 옅어지고, 계절이 쓸쓸해지고 철저히 혼자가 되는 것

저녁이 내려앉은 굽은 각도에서, 펼 수 없는 서쪽 모서리에서

당신과 나의 지난 시간이 염분처럼 버석거린다

저문다는 것은 서쪽으로 애증의 질문을 던진다는 것

등이 굽은 당신의 그림자를 껴안고 다독인다는 것

 

 

 

―『월간문학』(2022, 1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