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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수지에 걸려든 낮달
이윤소
저수지 한편 덩그마니 서 있는 버드나무,
갓 돋아난 꽃망울이 미끼일까
회창회창 휜 가지를 물속에 드리우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입질이 오지 않는다
빛을 끌어 와 가지 끝에 모으고
물결을 따라 찰랑거려도
수면 위로 새 한 마리 스치며 날아가버린다
바람이 잦아들고
버드나무 밑 그림자가 햇살에 졸다가
정오의 정수리를 벗어날 즈음
기슭의 물결도 삐걱거린다
물이랑이 천천히 우측을 통과할 때
팔딱거리는 입질 하나,
바람이 냉큼 낚아챈다
제 몸을 터는 물방울
봄날의 정적에 걸려들었다
살림망 같은 구름 속에는
낮달 한 마리 걸려 있다
―시집 『고요한 물음표』(현대시학,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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