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저수지에 걸려든 낮달 /이윤소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2. 12. 3.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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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수지에 걸려든 낮달

 

이윤소

 

 

저수지 한편 덩그마니 서 있는 버드나무,

갓 돋아난 꽃망울이 미끼일까

회창회창 휜 가지를 물속에 드리우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입질이 오지 않는다

 

빛을 끌어 와 가지 끝에 모으고

물결을 따라 찰랑거려도

수면 위로 새 한 마리 스치며 날아가버린다

 

바람이 잦아들고

버드나무 밑 그림자가 햇살에 졸다가

정오의 정수리를 벗어날 즈음

기슭의 물결도 삐걱거린다

 

물이랑이 천천히 우측을 통과할 때

팔딱거리는 입질 하나,

바람이 냉큼 낚아챈다

제 몸을 터는 물방울

봄날의 정적에 걸려들었다

 

살림망 같은 구름 속에는

낮달 한 마리 걸려 있다

 

 

 

―시집 『고요한 물음표』(현대시학,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