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그늘 /심동석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2. 12. 17.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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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 

 

심동석

 

 

돌담 그늘에

마른 잡초들이 냉이꽃을 품고 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어깨를 흔들어

냉이 꽃에게 가만히 하늘을 보여준다

 

사람에게도 그늘이 있다

아무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은

그늘

 

그늘진 손이

그늘진 손을 따듯이 잡아주는 것은

아픔이 아픔을 품어주겠다는 말

잘 마른 씨앗도 그늘이 없으면

싹 틔우지 못한다는 말

 

초겨울 햇살이 꼬리 감추는 마당

마른 잡초들이 냉이 꽃송이를 몰래 품고 있다

그늘진 가슴이

그늘진 가슴을 가만히 품어주고 있다

 

 

 

―『시와소금』(2022,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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