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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의 태도
임경묵
섬섬한 애인 무릎에 저녁이 앉아 있다
한번 만져 봐도 돼?
눈 감고 가만히 저녁을 만져 본다
새벽이 올 때까지
애인 무릎에 앉아 있겠다는 저녁의 태도는
언제나 옳다
어둠은 수위를 높이고
골목으로,
골목으로 흘러가고
숲으로 돌아가던 새들은
투명한 방음벽에 부딪혀
저녁의 이마를 핏빛으로 물들이네
만난 지 한 시간도 안 됐는데 무릎부터 만지는 애는 네가 처음이야, 나를 정말 사랑하기는 하는 거니?
바람이 분다
이팝나무 가로수가 탬버린처럼 흔들린다
골목마다 사용할
하루치 어둠을 나눠 주고
피곤한 듯
애인의 무릎에 저녁이 앉아 있다.
―시집『검은 앵무새를 찾습니다』(시인의일요일,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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