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고독사 /전윤호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2. 12. 14.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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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사

 

전윤호 

 

우편물은 거부합니다

초인종 눌러 봤자

철문에는 사천왕이 눈을 부라립니다

요즘 폐관이 유행이라지요

모두들 동안거 중입니다

한 소식 얻은 자들이 늘어나겠네요

이 나라는 수행자들의 천국

곳곳에 토굴 파고 암자 짓습니다

지금 혀를 차는 당신도

결국은 홀로 용맹정진하다 끝나지요

부디 윤회의 굴레에 들지 않기를

오늘도 이 도시의 한구석에서

토굴 하나 발굴되었답니다

경배합시다

당신이 마스크 쓴 부처입니다

 

 

―시집 『밤은 깊고 바다로 가는 길은』(걷는사람,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