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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
심동석
돌담 그늘에
마른 잡초들이 냉이꽃을 품고 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어깨를 흔들어
냉이 꽃에게 가만히 하늘을 보여준다
사람에게도 그늘이 있다
아무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은
그늘
그늘진 손이
그늘진 손을 따듯이 잡아주는 것은
아픔이 아픔을 품어주겠다는 말
잘 마른 씨앗도 그늘이 없으면
싹 틔우지 못한다는 말
초겨울 햇살이 꼬리 감추는 마당
마른 잡초들이 냉이 꽃송이를 몰래 품고 있다
그늘진 가슴이
그늘진 가슴을 가만히 품어주고 있다
―『시와소금』(2022,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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