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막장에는 눈물이 있다 /이화은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2. 12. 21.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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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에는 눈물이 있다

이화은


오전에 시집을 읽고 오후에 드라마 재방송을 본다

막장이다

시집인가 드라마인가
한 끗 차이다

한 끗 차이로 버스는 떠났고 권력은 이동하고

한 끗 차이로 너는 죽고 나는 살고

오전에 드라마를 보고 오후에 시집을 읽을까

한 끗 차이를 두고 갈등한다 인생을 낭비하고 있다

인생이란 말에 울컥 눈물이 난다
눈물이 흔해지니 내 인생도 막장에 다 왔나 보다

베고니아가 겨울 꽃을 견디고 있다
꽃을 눈물이라고 말한 시인이 있었던 것 같은데,

건달처럼 건들건들 또 하루가 왔다 간다

 

 

―계간『시인시대』(2022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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