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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에는 눈물이 있다
이화은
오전에 시집을 읽고 오후에 드라마 재방송을 본다
막장이다
시집인가 드라마인가
한 끗 차이다
한 끗 차이로 버스는 떠났고 권력은 이동하고
한 끗 차이로 너는 죽고 나는 살고
오전에 드라마를 보고 오후에 시집을 읽을까
한 끗 차이를 두고 갈등한다 인생을 낭비하고 있다
인생이란 말에 울컥 눈물이 난다
눈물이 흔해지니 내 인생도 막장에 다 왔나 보다
베고니아가 겨울 꽃을 견디고 있다
꽃을 눈물이라고 말한 시인이 있었던 것 같은데,
건달처럼 건들건들 또 하루가 왔다 간다
―계간『시인시대』(2022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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