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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여우
김금용
벽에 붙은 햇살 몇 올 목에 감고
새벽부터 가쁜 숨 토해내는 매미의 비명
방충망에 달라붙은 채
배 한복판에 붙은 입술을 떨며 날 향해 울부짖네
창 좀 열어봐
떠날 날이 며칠 안남았어
전철 소음 속에서 받은 전화 탓이었을까
짜증내며 뱉어 버린 대꾸,
사랑보다는 이별이 쉬워
그래, 나는 겁쟁이야
무모한 나이가 아니거든
모난 생의 외곽에서 외치는 악다구니
내 영역이 아니라고
돌아서서 바로 직진하지만
몰라 자꾸 뒤통수가 뜨거워
미안해 그렇게 또
나는 못 본 척 도망치고 마네
아무래도 늙은 여우가 됐나봐
―계간『시인시대』(2022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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