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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한 손
안윤하
막장의 어둠에 집어넣었으나
끝내 빼내지 못한 손이 석탄박물관에 걸려있다
누런 월급봉투를 외투 속주머니에 넣고 단추를 모두 끼워 닫는다. 이번 달에는 꼭 봉투째 마누라 손에 넘겨주리라. 고등어 한 손, 풀빵 한 봉지, 큰 애 검정 고무신 사 들고 기세등등하게 귀가해야지
시장은 어둑하고 배는 고프고 목은 컬컬하고 선술집 전구가 불그레 작부의 볼이 불그레 밤새 어깨 우쭐대던 검은 손이 불그레 텅 빈 새벽 별이 불그레
또다시 깜깜한 손!
호미로 나물죽 캐는 닳은 손, 밀린 학사금에 동동 구르는 텅 빈 손, 또다시 나락의 밑바닥을 긁어야 하는
막장의 저 손*!
* 검은 손 : 문경의 석탄박물관에 걸려있는 손 사진
―계간『시인시대』(2022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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