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깜깜한 손 /안윤하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2. 12. 23.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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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깜깜한 손

  안윤하


  막장의 어둠에 집어넣었으나
  끝내 빼내지 못한 손이 석탄박물관에 걸려있다

  누런 월급봉투를 외투 속주머니에 넣고 단추를 모두 끼워 닫는다. 이번 달에는 꼭 봉투째 마누라 손에 넘겨주리라. 고등어 한 손, 풀빵 한 봉지, 큰 애 검정 고무신 사 들고 기세등등하게 귀가해야지

  시장은 어둑하고 배는 고프고 목은 컬컬하고 선술집 전구가 불그레 작부의 볼이 불그레 밤새 어깨 우쭐대던 검은 손이 불그레 텅 빈 새벽 별이 불그레

  또다시 깜깜한 손!
  호미로 나물죽 캐는 닳은 손, 밀린 학사금에 동동 구르는 텅 빈 손, 또다시 나락의 밑바닥을 긁어야 하는 
  막장의 저 손*!


* 검은 손 : 문경의 석탄박물관에 걸려있는 손 사진


―계간『시인시대』(2022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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