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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미새한테서 전화가 왔다
박희선
늙은 소나무에 세 들어 사는
할미새 할미한테서
아침 일찍 전화가 왔다
집안에 무슨 일이라도 있느냐
왜 보름째나 밭에 올라오지 않느냐
몹시 궁금해서 전화를 했단다
아내가 몸이 안 좋다고 했더니
지난봄에 큰 수술한 곳이
지금도 많이 아프냐고 되물었다
감나무와 호두나무 대추나무들
고라니와 멧돼지,
곤줄박이와 콩새 산비둘기까지도
내가 보고 싶어 모두 안달이 났다고
하얀 거짓말까지 보탰다
우리 보리밭은 잘 있느냐고 물었더니
며칠 전에 고라니 큰삼촌이 돌아가셔서
온 집안이 조용히 보낸다고 말했다
지난 장날부터 호두나무 옆에
도라지꽃들이 만발했는데
자기는 보랏빛 꽃보다
흰 꽃이 더 예쁘다면서 혼자 웃었다
―시집「할미새한테서 전화가 왔다」(詩와에세이,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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