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씨앗젓갈
이명희
대명항 젓갈 판매소
씨앗젓갈 글자가 나를 끌어당겼다
어떤 씨앗으로 담은 젓갈일까 궁금해 사 온 씨앗젓갈
날치알 청어알 명태알, 호박씨 해바라기씨가 섞여 있다
바다에 알을 뿌리지 못하고
들로 나가 싹을 틔우지 못하고
짜디짠 젓갈이 되어 씨앗인 척 이름만 지닌 저것들
사람의 몸에 씨를 뿌린다
나는 이미 죽은 씨앗을 삼킨다
헤엄치지 못한 수많은 명태가 내 몸에서 아우성친다
한때 씨앗 창고였지만 씨앗을 뿌릴 수 없는 몸
그들이 힘을 주며 일으켜 세운다
저 죽은 씨앗을 먹고도 우리는 살아간다
씨앗은 죽어서도 산다
―시집『바람의 수첩』(시산맥, 2022)
'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밀물 /정끝별 (0) | 2023.01.02 |
---|---|
눈사람 (0) | 2023.01.01 |
월동 /김이듬 (0) | 2022.12.28 |
할미새한테서 전화가 왔다 /박희선 (0) | 2022.12.27 |
눈사람의 기분 /하린 (0) | 2022.12.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