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다도해 /전병석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3. 1. 16.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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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도해

전병석


외로운 사람이 바닷가에 서서
수평선을 향해 외로움을 던지면
수평선을 넘지 못한 외로움은
솟아올라 섬이 된다
작은 외로움은 작은 섬으로
더 큰 외로움은 더 큰 섬으로
저 많은 다도해의 섬은 외로운
사람이 던진 외로움이다
외로움을 모르거나
외로움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섬과 섬 사이에 다리를 놓지만
외로움을 알거나
외로움을 사랑하는 사람은
섬과 섬 사이에 외로움을 놓는다
눈물은 눈물로 위로하듯이
외로움은 외로움만으로 건널 수 있다
다시는 건널 외로움이 없을 때
비로소 외로움은 수평선을 넘어간다

보라, 저 많은 다도해의
외로운 사람이 던진 외로움을

 


ㅡ시집 『화본역』(문학청춘,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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