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물소리 /유계자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3. 1. 11.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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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소리

 

유계자

 

 

철퍽철퍽 

한나절 수차를 밟는 염부의 걸음이 방금 걷어 올린 미역처럼 후줄근하다 

 

소금창고 가는 길, 짊어진 소금가마가 기우뚱 

바닷물 저장고에 떨어져 버렸다

염천에 점심이나 먹고 건져야겠다며 

담배 한 대 피우고 소금을 찾으러 갔더니

빈 가마만 동동 

바닷물이 낳은 소금

서둘러 왔던 곳으로 돌아가 버리고 

 

선술집에서 만난 소금꽃 같던 여자

날 못 믿느냐며 

가을 함초 같이 붉은 입술로 평생 수차의 지팡이가 되어주겠다던 그 여자

소금처럼 짜디짠 눈물까지 저당 잡히고는 걸음을 지워버렸다 

 

수차를 굴리다가 

수차례 사금파리 같은 이름 다 잊었노라 

염판에 엎드려 저녁노을에게 큰소리치다가 

 

철벅철벅 

세상은 잘도 돌아가는데 

온종일 돌아도 염천은 염전 

 

맨발의 염부는 딱 한 번 염천을 벗어나 바다로 돌아가고 

세상에서 건진 것은 어느새 세상으로 돌아간다

 

나는 폐염閉鹽을 지날 때마다 철퍽철퍽 쏟아지던 물소리를 받아내곤 한다 

 

 

 

―시집『목도리를 풀지 않아도 저무는 저녁』(지혜,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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