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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서정
이종곤
나의 구월은 바이러스가 먹었다
목구멍 너머 모스크의 아잔이 된 기침은
빚쟁이처럼 시월로 이월되었을 뿐 쉽사리
물러서지 않았다
계절이 오가는 하늘은 잠시 구름 위로 내려앉아
부유하는 생각들 비로 침전시켜
자꾸 허기가 지는 거리
다시 생각은 단풍 든 숲으로 간다
지금은 오색딱따구리도 집을 짓지 않고
어느 새 기우는 햇빛에 구도하는 수도승
찬란했던 초록의 꿈을 접고
그리움과 아쉬움의 혼혈들이 조용히
반성하는 시간
거기 한 자리에 언제부터 서 있었나
모진 풍파를 딛고 다만 흔들릴 뿐
인고의 물관을 지나면 풍요로운 이 계절
무리로 피어 깊은 향기 내뿜는 산국을 보라
―계간『詩하늘 108』(2022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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