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나팔꽃 / 송수권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06. 2. 23.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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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팔꽃 / 송수권

바지랑대 끝 더는 꼬일 것이 없어서 끝이다 끝 하고
다음날 아침에 나가보면 나팔꽃 줄기는 하공에 두 뼘은 더 자라서
꼬여 있는 것이다. 움직이는 것은 아침 구름 두어 점, 이슬 몇 방울
더 움직이는 바지랑대는 없을 것이었다.
그런데도 다음날 아침에 나가보면 덩굴손까지 흘러나와
허공을 감아쥐고 바지랑대를 찾고 있는 것이다.
이젠 포기하고 되돌아올 때도 되었거니 하고
다음날 아침에 나가보면 가냘픈 줄기에 두세 개의 鐘(종)까지 매어달고는
아침 하늘에다 은은한 종소리를 퍼내고 있는 것이다.
이젠 더 꼬일 것이 없다고 생각되었을 때
우리의 아픔도 더 한 번 길게 꼬여서 푸른 종소리는 나는 법일까

사진 - 네이버 포토앨범

 

송수권 시인
 1940년 전남 고흥에서 태어나 서라벌 예술대학 문예창작과 졸업. 1975년 '문학사상' 신인상에 '산문에 기대어' 외 4편이 당선되어 문단에 데뷔했으며, 시집「산문에 기대어」「꿈꾸는 섬」「아도」「수저통에 비치는 저녁노을」, 10시집「파천무」등이 있으며, 시선집「지리산 뻐꾹새」「들꽃세상」「여승」, 육필시선집「초록의 감옥」, 산문집「만다라의 바다」「태산풍류와 섬진강」「남도기행」등, 음식문화 기행집「남도의 맛과 멋」이 있다. 소월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제1회 영랑문학상, 김달진 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순천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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