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신춘문예♠문학상·신인상♠등단작 201

2014 웹진 《시인광장》제4회 시작품상 심사평

ㅡ 2014 웹진 《시인광장》제4회 시작품상 심사평 ㅡ 수상에 대한 영예와 책임 2015 「시인광장 시작품상」은 웹진 『시인광장』신작시에 발표된 작품들 중에서 편집진들에의해 천편에 소개되고 다시 시인들의 추천에 의해 100선에 올라온 작품을 대상으로 했다. 본선에 오른 작품이 없어..

카드 전성시대(全盛時代) 외 2편/김려 ---시에 신인상

카드 전성시대(全盛時代) 김려 한 여자가 길 위에 쓰러졌다 카드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아무런 단서가 없다 신원미상, 중년 여자 작은 키 평범한 얼굴 그녀가 살아온 길을 찾기 위해서는 손을 들어 지문을 따라가야 한다 다행히 체온이 식지 않았다면 본인 맞나요? 내가 나임을 증명하는..

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 황인숙 (198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황인숙 이 다음에 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윤기 잘잘 흐르는 까망 얼룩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사뿐사뿐 뛸 때면 커다란 까치 같고 공처럼 둥글릴 줄도 아는 작은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나는 툇마루에서 졸지 않으리라. 사기그릇의 우유도 핥지 않으리라. 기..

꿈의 이동건축 / 박주택 (경향신문, 1986)

꿈의 이동건축 박주택   1 목재를 실어 나르는 貨車를 타고 숲으로 가네. 수맥을 짚어 한 모금의 물을 마시는 동안 구름이 어둡게 어둡게 몰려오지만 풀밭에 제비꽃 몇 장 숨기고 있겠지. 훠어이 훠어이 부는 바람같이만 처음인 곳으로 가는 나중의 하늘. 숲속으로 들어서면 푸른 잎맥의 ..

외계인을 기다리며 / 양해열 (2012 조선일보 시조 당선작)

외계인을 기다리며 양해열 끽해야 20광년 저기 저, 천칭자리 한 방울 글썽이며 저 별이 나를 보네 공평한 저울에 앉은 글리제 581g*! 낮에 본 영화처럼 비행접시 잡아타고 마땅한 저곳으로 나는 꼭 날아가리 숨 쉬는 별빛에 홀려 길을 잃고 헤매리 녹색 피 심장이 부푼 꿈속의 ET 만나 새큼한..

바람의 겹에 본적을 둔다 / 김지혜 (2011 국제신문)

바람의 겹에 본적을 둔다 김지혜 들판의 지표면이 자라는 철 유목의 봄, 민들레가 피었다 민들레의 다른 말은 유목 들판을 옮겨 다니다 툭, 터진 꽃씨는 허공을 떠돌다 바람 잠잠한 곳에 천막을 친다 아주 가벼운 것들의 이름이 뭉쳐있는 어느 代 날아오르는 초록을 단단히 잡고 있는 한 ..

2001년 한국일보신춘문예당선작/그 노인이 지은 집,길상호

2001년 한국일보신춘문예당선작/그 노인이 지은 집,길상호 그 노인이 지은 집 길상호   그는 황량했던 마음을 다져 그 속에 집을 짓기 시작했다 먼저 집 크기에 맞춰 단단한 바탕의 주춧돌 심고 세월에 알맞은 나이테의 소나무 기둥을 세웠다 기둥과 기둥 사이엔 휘파람으로 울던 가지들 ..

이 원 - 검은 모래/애플 스토어/우리는 지구에서 고독하다/체조선수처럼 (2014 詩로 여는 세상 작품상)

[2014 詩로 여는 세상 작품상] 검은 모래/애플 스토어/우리는 지구에서 고독하다/조선수처럼 이 원 발목과 손목을 해변의 모래에 파묻은 아이들이 무엇인가를 찾고 있다 하늘이 길고 넓은 천처럼 내려왔다 펄럭이기 직전이다 색이 자꾸 바뀌었다 아이들은 모래에 말굽자석처럼 척추 뼈를 ..

이상국 - 사흘 민박/자비에 대하여/미시령 (제19회 현대불교문학상)

[제19회 현대불교문학상] 사흘 민박/자비에 대하여/미시령 이상국 무청을 엮던 주인이 굳이 뭐하는 사람이냐고 해서 시 만드는 사람이라고 일러주었으나 노는 가을 며칠을 거저 내주지는 않았다 세상의 시가 그러하듯 오늘도 나 같은 사람이 있거나 말거나 주인 내외는 근사하게 차려입..

알 / 박세미 (201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알 박세미 처음부터 거기 있었는지 모른다 지나가던 개가 아무렇게나 싸놓은 똥처럼 거기엔 무단 투기 금지라고 쓰여 있었는데 나는 당당했지 버려진 적 없으니까 어느 날 거기 옆에 쪼그려 앉아 말했다 누가 널 낳았니 이름이 없어 좋겠다 털이 있다는 건 위험한 일이지 정체가 발각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