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양진영]폐가를 어루만지다 [경상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양진영]폐가를 어루만지다 허물어지는 것은 새것을 위한 눈부신 산화 나는 철거될 농가의 마룻바닥에 가만 귀 기울인다 그들이 나눈 말이 옹이구멍에서 바스락대고 안 보았어도 떠오르는 정경이 살포시 열린다 문풍지에 꽃핀 청태靑苔는 그들의 회한 혹은..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신춘문예♠문학상·신인상♠등단작 2016.01.06
[2016 국제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 스티커 /이명우 [2016 국제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이명우 스티커 대문에 붙어있던 스티커를 뜯다가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또 붙는 스티커를 뜯다가 스티커 뜯기를 멈추고 산동네를 떠났다 멈추고 떠날 때는 다 지운 것이어서 지운 것은 없는 것이어서 없는 여기 산동네로 다시 돌아오게 될 줄 몰랐다 대..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신춘문예♠문학상·신인상♠등단작 2016.01.06
2016 영남일보 시 당선작 - 가로수 마네킹/강서연 [2016 영남일보 문학상 시 당선작] 가로수 마네킹 서양화가 안창표 作 가로수 마네킹 강서연 란제리도 망사스타킹도 액세서리도 색 바랜 바바리코트도 한데 뒤엉켜있던 가판대 가을 정기세일을 마치고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의 마네킹들이 서 있다 가로등 불빛이 훤하게 조명을 ..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신춘문예♠문학상·신인상♠등단작 2016.01.06
2016 경향신문 시 당선작 - 의자가 있는 골목 / 변희수 [2016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 의자가 있는 골목 / 변희수 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의자가 있는 골목 - 李箱에게 변희수 아오? 의자에게는 자세가 있소 자세가 있다는 건 기억해둘 만한 일이오 의자는 오늘도 무엇인가 줄기차게 기다리오 기다리면서도 기다리는 티를 내지 않소 오직..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신춘문예♠문학상·신인상♠등단작 2016.01.06
박소란 -시 쓰는 남자 /이명(耳鳴) (문학수첩 신인상) 시 쓰는 남자 박소란 노트 위에 평생을 골몰했네 힘겹게 써 내려간 다열종대의 행과 행 사이에서 그는 자주 길을 잃었네 어쩌면 마흔 일곱 혹은 여덟 번째로 향하는 급커브에서는 펜을 꺾었어야 했는지도 돌연 야근이 끝나고 돌아갈 곳이 떠오르지 않던 부랑의 밤 어둠 쪽으로 한껏 몸을 ..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신춘문예♠문학상·신인상♠등단작 2015.12.14
붉은 호수에 흰 병 하나/유병록 (2010 동아일보) 붉은 호수에 흰 병 하나 ​ 유병록 딱, 뚜껑을 따듯 오리의 목을 자르자 붉은 고무 대야에 더 붉은 피가 고인다 목이 잘린 줄도 모르고 두 발이 물갈퀴를 젓는다 습관의 힘으로 버티는 고통 곧 바닥날 안간힘 오리는 고무 대야의 벽을 타고 돈다 피를 밀어내는 저 피의 힘으로 한대 오리..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신춘문예♠문학상·신인상♠등단작 2015.12.02
어머니의 계절 / 최영랑 (2015 문화일보) 어머니의 계절 최영랑 빈집엔 봄이 오지 않고 여름도 오지 않고 빈집의 계절만이 서성거린다 빈집은 쉽게 들어갈 수 없고 대문 안에 들어서도 속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곳은 시끄럽고 어스름한 저녁 누구라도 거부하는 빈집만의 습관이 있다 그림자 없는 대문에서 빈집의 툇마루를 바라..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신춘문예♠문학상·신인상♠등단작 2015.12.02
2015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 어머니의 계절 / 최영랑 어머니의 계절 최영랑 빈집엔 봄이 오지 않고 여름도 오지 않고 빈집의 계절만이 서성거린다 빈집은 쉽게 들어갈 수 없고 대문 안에 들어서도 속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곳은 시끄럽고 어스름한 저녁 누구라도 거부하는 빈집만의 습관이 있다 그림자 없는 대문에서 빈집의 툇마루를 바라..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신춘문예♠문학상·신인상♠등단작 2015.11.13
최은묵 - 구두를 벗다 / 밤 외출 / 땅의 문 / 키워드 구두를 벗다 최은묵 수염은 뭔가 말을 하려고 밤새 입 주변에서 자랐다 아이는 면도기 속에 수염을 먹고 사는 곤충이 살고 있다고 말했다 전기면도기 보호망 속에서 먼저 살았던 부스러기들을 하수구에 털어낸다 어제 짐을 싸던 손에 청하던 김 과장의 악수는 어색했고, 오늘 구두 대신 ..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신춘문예♠문학상·신인상♠등단작 2015.01.02
키워드 / 최은묵 (2015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키워드 최은묵 죽은 우물을 건져냈다 우물을 뒤집어 살을 바르는 동안 부식되지 않은 갈까마귀 떼가 땅으로 내려왔다 두레박으로 소문을 나눠 마신 자들이 전염병에 걸린 거목의 마을 레드우드 꼭대기로 안개가 핀다, 안개는 흰개미가 밤새 그린 지하의 지도 아이를 안은 채 굳은 여자의..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신춘문예♠문학상·신인상♠등단작 2015.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