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사유상 / 최찬상 (2014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 반가사유상 최찬상 면벽한 자세만 철로 남기고 그는 어디 가고 없다 어떤 것은 자세만으로도 생각이므로 그는 그 안에 있어도 없어도 그만이겠다 한 자세로 녹이 슬었으므로 천 갈래 만 갈래로 흘러내린 생각이 이제, 어디 가닿는 데가 없어도 반짝이겠다 (2014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신춘문예♠문학상·신인상♠등단작 2014.03.04
오리시계 / 이서빈 (2014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오리시계 이서빈 겨울, 오리가 연못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저녁이면 다시 걸어 나온다. 연못으로 들어간 발자국과 나간 발자국으로 눈은 녹는다. 시침으로 웅덩이가 닫히고, 방수까지 되는 시간들. 오리는 손목이 없는 대신 뭉툭한 부리의 시간을 가지고 있어 무심한 시보(時報)를 알린..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신춘문예♠문학상·신인상♠등단작 2014.03.04
사평역에서 / 곽재구 사평역에서 곽재구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 말..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신춘문예♠문학상·신인상♠등단작 2013.12.27
제24회 《현대시학》신인작품공모 당선작 ㅡ 장요원 / 이범근 저수지 (외 4편) 장요원 그녀의 커다란 눈을 멀리서 들여다 본다 고요가 출렁임을 꾹 누르고 있다 가라앉히지도 엎지르지도 못한 마음들이 水皮처럼 일어, 고여 있는 듯 같은 자리를 부유한다 흐르지 못하고 고여 있는 종족은 품는 습성이 있다지 이미 떠나버린 철새들의 발가락이 꿈틀거..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신춘문예♠문학상·신인상♠등단작 2013.12.01
제10회 황금펜아동문학상 당선작 - 오래된 책상 외 4편 / 박해련 제10회 황금펜아동문학상 당선작 오래된 책상 외 4편 박해련 할아버지가 아빠에게 아빠가 나에게 물려준 주름살 많은 책상 먼 옛날 아름드리 커다란 나무였을 적 노루가 들국화 같은 눈망울로 기대앉아 다리쉼한 자리 볼테기 볼록 베어 물다 떨어뜨린 도토리 주우러 언덕 아래로 내달린 ..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신춘문예♠문학상·신인상♠등단작 2013.10.16
암연의 시간 / 김경성 암연의 시간 김경성 나의 전생은 청동빛 너울을 걸친 다리였다 수많은 사람들이 나를 건너서 물의 사리가 쌓이는 재인폭포로 들어갔다 절벽에서 살아가는 돌단풍은 첫서리가 내리도록 오지 않았고 누군가 쌓아올린 돌탑은 공룡 알처럼 부화하지 못하고 물속에서 화석이 되어 갔다 길의 ..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신춘문예♠문학상·신인상♠등단작 2013.09.27
철거된 주소 / 고미숙 철거된 주소 고미숙 전지가위와 톱이 소나무 가지가지를 옮겨 다니며 춤을 추자 엉킨 솔가지가 정리되면서 비둘기 집이 철거 되었다 푸드득, 집이 날아갔다 난데없이 솜털 보송보송한 식솔들을 데리고 집 밖으로 밀려난 비둘기 일가 불안을 겹겹 날개 위에 두르고 철거현장을 지켜보고 ..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신춘문예♠문학상·신인상♠등단작 2013.09.27
책에 담을 수 없는 여자 / 김관민 (18회 ‘지용신인문학상’ 당선작) 책에 담을 수 없는 여자 김관민 미안해요, 당신을 윤리책에 담으려 했어요 당신의 신발을 신발장에만 가두려 했으니 당신은 얼마나 답답했을까요 미안해요, 당신을 수학책에 담으려 했어요 당신의 모든 걸 계산하려고 했으니 당신은 얼마나 지루했을까요 미안해요, 당신을 국어책에 담..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신춘문예♠문학상·신인상♠등단작 2013.08.14
한경옥 - 유심신인문학상 유심신인문학상 달 밤 한경옥 실수였다. 길 위의 작은 물웅덩이에서 활짝 웃고 있는 달을 밟은 것은, 개 짖는 소리에 놀라 후다닥 내달리다 마주친 순간 찰박! 부서져버리고 말았다. 누가 보았을까 두리번거리는 사이 다른 웅덩이로 옮겨 앉아 시침 뚝! ------------ 등불 한경옥 야간자습 끝..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신춘문예♠문학상·신인상♠등단작 2013.07.04
제7회 최치원신인문학상 수상작품 동거외4편 / 권기만 제7회 최치원신인문학상 수상작품 / 권기만 동거외4편 얼굴이 간지럽다 다섯 마리 토끼가 풀을 뜯는 모양이다 아무도 본 적 없지만 내 얼굴에는 다섯 마리 토끼가 산다 내가 미소를 지으면 깡충깡깡충 뛰어다닌다 내가 우울하면 쫄쫄쫄 굶는다 다섯 마리 토끼가 뛰어다니는 얼굴을 보는 ..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신춘문예♠문학상·신인상♠등단작 2013.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