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김소월의 시(詩)

가을 아침에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0. 3. 23.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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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아침에/소월


어둑한 퍼스렷한 하늘 아래서
회색(灰色)의 지붕들은 번쩍거리며,
성깃한 섶나무의 드문 수풀을
바람은 오다가다 울며 만날 때,
보일락말락하는 멧골에서는
안개가 어스러히 흘러쌓여라.

아아 이는 찬비 온 새벽이러라.
냇물도 잎새 아래 얼어붙누나.
눈물에 쌓여 오는 모든 기억( 記憶)은
피흘린 상처(傷處)조차 아직 새로운
가주난 아기같이 울며 서두는
내 영(靈)을 에워싸고 속살거려라.

그대의 가슴속이 가볍던 날
그리운 그 한때는 언제였었노!
아아 어루만지는 고운 그 소리
쓰라린 가슴에서 속살거리는,
미움도 부끄럼도 잊은 소리에,
끝없이 하염없이 나는 울어라.


 

08.02.02/ 오후 4시 14분
▷ 퍼스렷한 - [형용사]푸르스름하다.
▷ 섶나무 - [명사]잎나무, 풋나무, 물거리 따위의 땔나무를 통틀어서 일컫는 말.
▷ 멧골 - 산골
▷ 가주난 - [동사]갓나다. 금방나다. '가주난 아기' 는 '갓난아이' 라는 뜻.
▷ 가늘라. 갓난애. 갓난이. 갓난아이 - 난 지 얼마되지 않는 아이./ 신생아
▷ 속살거려라 - [동사]속살거리다. 잇달아 속닥거리는 소리가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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